지난 7월 22일과 23일 양일간 후지산자락의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우도 뮤직 페스티발이 열렸습니다.
후지 스피드웨이는 자동차 경주가 열리는 곳으로 각종 편의 시설이 완비된 천혜의 장소였는데, 기회가 되면 자동차 경주를 보러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지록과 섬머소닉을 절충한 형태의 페스티발이 될 것이며, 우도 사무소의 세계적인 지명도를 생각하할 때, 당연히 성공적인 페스티발이 되리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집객에 실패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2004년의 오딧세이와는 완전히 다른 컨셉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페스티발이고, 다음 주에 후지록 페스티발이 열린다는 취약점이 있긴 했지만, 한 눈에 봐도 엄청난 제작비가 투여된 것으로 보이는 공연의 퀄리티를 생각하면, 이 정도의 집객으로는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됩니다.
후지/섬머와 차별화된 우도 페스티발의 성격은 장년층을 타겟으로 했다는 것입니다.
예상 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여 모빌리터스 스테이지의 프리텐더스부터 참관하였는데, 관객의 평균 연령이 40세 이상으로 보였습니다. 40대, 50대는 물론 60대 이상의 관객도 굉장히 많이 보였습니다.
한국인으로서는 당혹스럽기까지한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나, 60대 남녀 관객들이 록음악에 열광하며 춤을 추며 공연을 즐기는 모습은 보기 좋았습니다.
둘 째 날은 Kiss가 헤드라이너였기 때문에 젊은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눈에 띄었으나, 전체적으로 30대 후반 이상의 연령대의 관객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첫 날인 22일에 본 공연은 The Pretenders, The Doobie Brothers, Jeff Beck, Ben Folds, Santana였습니다. 프리텐더스의 보컬, 크리시 하인드의 목소리는 전성기때와 거의 차이가 없었고, 기타리스트 아담 세이무어의 연주와 스테이지 매너도 좋았습니다.
Jeff Beck은 감동 그 자체였고, Ben Folds는 제가 지금까지 본 공연 중에서 가장 흥겹고 재미있는 공연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Santana의 공연에서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Jeff Beck과의 협연을 볼 수 있었다는 것도 큰 행운이었고, Santana는 물론이려니와 밴드의 모든 멤버들의 수준이 너무나 압도적이어서(특히 드러머 데니스 챔버스는 경이 그 자체) Santana의 공연만으로도 본전은 충분히 뽑고도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튿날 23일에는 새벽부터 비가 조금씩 오더니 오후부터 행사장은 물론 후지산 자락 전체에 안개가 짙게 깔렸습니다.
인디즈에서 큰 인기를 얻다가 작년엔가 메이저 데뷔한 Detroit 7을 시작으로 참관하였습니다.
비가 오는 가운데, 채 스무 명도 안되어 보이는 관객에 불과했지만, 디트로이트 7은 명성대로 강렬한 음악을 들려주었고,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때 모비리터스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하고 있던 Soft 역시 괜찮았지만, 직후에 나온 Taylor hawkins & The Coattail Riders의 공연은 끔찍했습니다. 보컬 겸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는 잔뜩 기세가 올라 즐겁게 공연했지만, 관객들은 물론 그의 밴드 멤버들 역시 전혀 공연을 즐기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주력은 물론 곡도 형편없어서, 대체 어쩌다가 저 정도 수준의 밴드가 메인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곧이어 출연한 Sebastian Bach는, 솔직히 이제 퇴물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굉장한 스테이지 매너와 카리스마, 그리고 가창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건재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훌륭했습니다.
오래 전 추억의 밴드, 아니 이미 기억에서 잊혀져 가고 있던 스키드 로우의 미남 보컬리스트였던 그였지만, 그는 지금 현재도 록커였고, 좋은 뮤지션이었습니다.
일본의 중견 펑크록 밴드 Nicotine의 무대 역시 훌륭했습니다. 흠잡을 것이 단 하나도 없는, 스테이지 매너, 연주 실력, 뛰어난 악곡들은 새삼스럽게, 프로란 저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끔 할 정도였습니다. 어떤 상황(나쁜 날씨, 전혀 예상치도 못한 초라한 관객 숫자)에서도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고, 소수의 관객들일지라도 그들의 즐거움과 추억을 위해 완벽한 모습을 보이는 그들에게 존경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The Pussycat Dolls는 음악과 리드 보컬의 가창력은 좋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록페스티발에서 그녀들의 섹시한 춤이 과연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도 뮤직 페스티발이 본 공연이 끝난 후에 DJ 댄스 파티 같은 순서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늦은 밤에 좀 심심하기도 했는데, 차라리 그런 무대를 편성했다면, 그녀들의 출연이 더 의미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Alice In Chains의 공연은 역시, 레인 스틸리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졌습니다. 현재의 보컬 보다도 게스트로 깜짝 출연한 세바스찬 바흐가 오히려 훨씬 더 멋있었고, 새로운 앨리스 인 체인스에 잘 어울렸습니다.
이어, 스퀘어 스테이지로 옮겨 참관한 GODSMACK의 공연은 대단했습니다.
안개가 너무 짙어서, 무대 바로 앞까지 가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의 음악만이 들려 올 뿐이었는데, 관객, 아티스트 모두에게 흔치않은 환상적인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GODSMACK 공연은 처음 부터 끝까지 굉장했지만, 중후반부는 눈 앞에서 이런 공연, 이런 음악이 연주되고 있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메탈리카는 비교도 안 될 정도.
그들 역시 200명 남짓되는 관객들 앞에서의 공연이었지만, 몇 만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집중력과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외계인 Steve Vai 그리고 Billy Sheehan, 게다가 기타와 키보드를 담당한 Tony Macalpine.
좋은 공연을 볼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최고 수준의 뮤지션들의 공연은 음악 장르는 물론이고 취향과도 상관없이 거의 대부분의 관객들에게 흥분과 감동을 준다는 것을 우도 뮤직 페스티발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이들의 연주와 무대에는 설명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산타나, 제프 벡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스티브 바이는 이미 인간이 아닙니다.
이튿날, 후지 스피드웨이의 마지막 순서, 헤드라이너는 Kiss였습니다.
Kiss는 과거의 밴드가 아니라, 현재 전성기를 누리는 밴드로 보였습니다. 이번 페스티발에서 Kiss만 단독으로 출연해서 단 하나의 무대만 선보였어도, 페스티발은 적자였을 것으로 생각될 정도로 볼거리가 넘쳐나는 공연이었고, 그들 역시 몸을 사리지 않고 대단한 무대를 만들어 냈습니다.
더 많은 관객이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페스티발이었습니다.
앞에서도 몇 번이나 언급했지만, 우도 페스티발에서 놀라웠던 것은, 관객이 예상보다 너무나 적었다는 것(중장년층을 타겟으로 한 탓도 있겠지만)과 그런 상황에서도 뮤지션들이 너무나 훌륭한 공연을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공연은, 아티스트의 자기도취의 공간이 아니라 소수의 관객일지라도 관객을 위한 것이라는 것, 그들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틑 날은 안개가 너무 심해서 공연이 모두 끝난 후 시작된 불꽃놀이가 수많은 폭죽에도 불구하고 소리만 들릴 뿐, 불꽃을 볼 수 조차 없었지만, 행사 처음 부터 끝까지 나무랄데없는 진행을 보여준 페스티발의 주최측도 훌륭했다고 봅니다.
주최측, 출연 아티스트들 대부분 모두 수준 높은 프로의식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페스티발 내내 세계적인 프로모터 겸 제작자 우도 세이지로에 대한 존경과 감사가 유수의 아티스트들의 입에서 연이어 언급되었는데, 내년에도 그러한 존경과 감사가 후지산 산자락 곳곳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이번 주는 후지록 페스티발입니다.
후지록 페스티발에 다녀올 때 마다, 너무 힘들고 피로해서 다음 해에는 가게 될지 어떨지 장담을 못하겠다는 기분이 들곤했는데, 언제나 새롭게 기대되고 설레이는 것을 보면, 후지록이 대단하기는 대단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