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밴드가 일본 라이브하우스에서 공연을 한 후에 밝히는 소감은 대부분 “경탄” 일색이다. 물론 해외의 새로운 곳에서의 경험이라 좋게 윤색되는 측면도 없지 않겠다.
그러나, 실제로 무대 모니터 스피커에서 일단 감동을 받고, PA와 조명 엔지니어는 물론 무대 스탭의 섬세하고 친절한 서포트에 좋은 인상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일본 라이브하우스의 강점은 시설과 장비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사실 한국의 라이브하우스나 한국 뮤지션들보다 못한 시설과 장비를 갖춘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사람들, 라이브하우스를 운영하고 매일 공연을 진행, 서포트하는 스탭들에 있다고 본다.
보통 이 바닥(라이브하우스, 레이블등 음악씬)에서는 6년차 이상이 되어야 경력직으로 인정한다. 업체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력자의 경우 월급은 세금을 포함하여 대략 16-18만엔(한화 130-145만원) 정도이다. 세금을 제외할 경우, 우리 나라 돈으로 100만원이 약간 넘는 액수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경력이 뛰어나고 자질이 우수할 경우 20만엔 내외를 받을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인건비는 낮은 편이다.
라이브하우스의 가장 기본적인 조직 구성은 점장, 부점장, 부킹 매니저, 기획 스탭, 수납 스탭, 카운터 스탭, 외부 경비 스탭, 무대 스탭, PA 엔지니어, 조명 엔지니어로 이루어진다.
그럼,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 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업무 시간과 관련된 내용은 2005년 3월에 발간된 Happy Music Work(부제 : 뮤지션과 함께 일하고 싶다!)에서 발췌했다.
라이브하우스 신주쿠 Loft, 7년차 K씨의 1주일
‘신주쿠 Loft’는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일본을 대표하는 라이브하우스로서, 흔히 미디어에서 ‘라이브 뮤지션의 성지’라고 불리우는 유명한 곳이다.
신주쿠 로프트외에 3개의 공연 시설과 레이블을 포함한 10여개의 음악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로프트 프로젝트의 사장과 점장은 꽤 오래 전 부터 알고 지낸 분들이고, 일본에서 살기 시작한 2004년 이전에도 일본에 올 때마다 꼭 방문하여 찾아 뵈었던 분들이다. 코바야시 사장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가장 먼저 만나는 몇 사람 중에 하나이다.
K씨은 17살 때 밴드 활동을 시작한 여성으로서, 19살 때 음악 전문 학교에서 기타 학과에 입학하고 21살 때 신주쿠
Loft의 수납 스탭 보조 아르바이트로 입사, 22살 때부터 정식사원으로 일을 시작하여 2005년 현재 27살로 부점장을 맡고 있다.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일 |
11시 | | | | | | | |
12시 | 출근 | 출근 | 휴무 | | 출근,전부서미팅 | | |
12시30분 | 공연주최자와회의 | 리허설체크 | | | | | |
13시 | 사무업무 | 공연상세확인 | | 출근 | | | 출근 |
13시30분 | | 사무업무 | | 공연주최자미팅 | 밴드,주최자미팅 | | 담당자와공연상세확인 |
14시 | | | | 사무업무 | 공연상세확인 | | 사무업무 |
14시30분 | | | | 사무업무 | | | |
15시 | | | | | | | |
15시30분 | | | | | | | |
16시 | | | | | 출근 | | |
16시30분 | | | | | 담당자와공연상세확인 | | |
17시 | 오픈 | | | | 사무업무 | 오픈 | |
17시30분 | 오픈 | | | | | | |
18시 | 공연진행 | 공연진행 | | 오픈 | 오픈 | 오픈 | 회장체크 |
18시30분 | 온도체크등 | | | 밴드와기획이벤트 | 사무업무와 | 회장체크 | 사무업무 |
19시 | | | | 상세체크2회 | 공연장업무 | 사무업무 | |
19시30분 | | | | | 동시진행 | | |
20시 | | 사인회준비 | | 사무업무진행중 | | | |
20시30분 | 공연장청소후사무 | | | 밴드교체진행 | | 공연종료 | |
21시 | 사무업무 | | | | 공연종료사무업무 | | 공연종료 |
21시30분 | | | | | | 뒷풀이 | |
22시 | | 공연종료,사인회 | | | | 밴드전송 | 사무업무 |
22시30분 | | CD판매,뒷풀이준비 | | 청소,뒷정리 | 뒷풀이 | 스탭미팅 | |
23시 | 식사 | | | 뒷풀이시작 | | | |
23시30분 | 사무업무 | 공연장미팅 | | | 사무업무 | | 식사 |
0시 | | 식사 | | | | 식사 | |
0시30분 | | 사무업무 | | | | 사무업무 | |
1시 | | | | 식사 | | | |
1시30분 | 뒷풀이 | | | 사무업무 | | | 퇴근 |
2시 | | | | | | | |
2시30분 | | | | | | | |
3시 | | | | | | | |
3시30분 | | | | | | | |
4시 | 퇴근 | | | | | | |
4시30분 | | | | | | | |
5시 | | 뒷풀이종료 | | | 뒷풀이종료 | | |
5시30분 | | | | | 밴드전송 | | |
6시 | | 7시퇴근 | | 퇴근 | 퇴근 | 퇴근 | |
1주일간 휴일은 수요일 하루이며, 1주일간 근무시간은 97시간 30분, 일일 평균 근무 시간은 16시간이 넘는다. 매일 저녁 식사(?)겸 휴식 시간인 30분-1시간을 제외해도 하루 평균 15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근무 스케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중 공연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주당 25시간, 1일 평균 5시간이며, 이중 주당 12시간(1일 평균 2시간 30분 정도)은 공연장과 사무실을 오가며 근무하는 시간이다. 그외의 시간은 모두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오피스 워크 타임이다.
공연 진행, 체크, 청소와 같은 공연장 관련 업무외에 K씨가 맡고 있는 오피스 워크는 밴드나 기획자와의 미팅, 사내 다른 부서와의 미팅등 여러 가지 회의를 비롯하여, 공연 타임 테이블 작성, 출연 밴드의 세팅 도면 작업, 다른 스탭의 시프트 관리등이다. 이외에도 자잘한 업무가 적지 않다. 보통 늘 시간에 쫒기며 바쁘게 일하는 것이 이들의 일상이다.
K씨의 경우는 주 1회 휴무라는 환상적인 업무 조건을 가지고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다른 라이브하우스에 비하면 매우 좋은 조건이라는 것이다.
보통 월 1-2회 정도 휴무를 가지며, 1년에 3일만을 휴무로 하는 곳도 있다.
아르바이트나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스탭의 경우는 1개월에 1-2회 또는 주 1회라는 정해진 휴무가 있지만, 중요한 업무, 직책일 수록 휴일은 적어지며, 유명 라이브 하우스의 점장 정도되면 휴일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좋겠다.
친구이자, 내가 존경하는 모 유명 라이브하우스의 점장은 10년동안 단 3일을 쉬었다.
부모의 집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따로 나와 사는데, 월급 16-18만엔으로 그 중
절반을 월세로 내고, 식비와 교통비, 전기세, 상하수도 요금, 전화세를 포함한 생활비를 충당하게 된다. 따로 투잡이나 아르바이트를 할 시간도 없다. 그런 와중에도 돈을 아껴 모와서 스스로 밴드 활동을 하거나, 인디즈 밴드의 앨범을 제작해주기도 하고, 자비를 들여 공연을 기획, 제작한다.
라이브하우스를 운영하는 사장들의 가장 큰 고민은 라이브하우스의 연혁과 함께 주요 스탭들의 연령이 높아져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임금을 올려줘야 하는데, 라이브하우스의 매출은 고정 매출이라고 봐야하기 때문에, 이것이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된다.
외람되지만, 한국에서 한 달에 하루 정도 쉬고, 하루 평균 16시간을 6-7년 간 일한 후에 경력이 인정되어 받는 월급이 세금 포함 150만원 정도되고, 앞으로도 그렇게 몇 년을 일해야 한다면, 그런 일을 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물론 일본이라고 라이브하우스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런 조건에서 계속 열심히 일하는 것은 아니다. 몇 년은 커녕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당연히 일본의 1,800여개의 라이브하우스를 존재하게 하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라이브하우스의 근무 강도와 임금을 생각하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자신감 잃은, 미래가 불투명한 사람들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날 때마다 그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고, 다정하며 행복해 보인다. 이런 사람들이 몇 백명도 아니고 몇 만명 규모로 있는 것이다.
이들이 그러한 조건을 견디고, 사생활을 거의 포기해가면서 라이브하우스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라이브하우스에는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수두룩 하다. 친구인 PA 엔지니어는 고등 학교때부터 일을 시작하고 졸업하자마자 본격적으로 PA를 시작해서 현재까지의 경력이 12년이다. 그런데 나이는 이제 막 서른을 넘겼을 뿐이다.
그 친구의 경우 한 달에 하루 정도 쉬었다고 하니, 그걸 감안하더라도 1일 평균 4-5밴드가 출연하는 공연을 12년간, 간단히 계산해도, 1만 8천회 이상의 공연 PA를 담당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는 각양 각색의 수 많은 밴드의 사운드를 잡았을 것이고, 그러한 경험과 노하우는 굉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정도 나이에 그 정도 경험을 쌓은 엔지니어가 그 친구 하나 일까? 아닐 것이다. 최소한 수 백명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것들이 일본 라이브하우스의 강점이고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지켜 본 무명의 아티스트들이 메이저 아티스트, 유명 뮤지션이 되었고, 스타가 된 그들을 포함하여, 오랜 시간동안 한 씬에서 서로 존중하고 믿고 일해 온 사람들(미디어 관계자, 음반사, 크리에이터)이 공유하고 있는 의리와 신뢰는 거의 감동 수준이다.
냉혹하게 말하면, 그들 젊은이들의 희생(?)으로 일본의 라이브하우스, 세계 제 2위의 음악 시장이 존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수 많은 사람들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실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