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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faires de musique

일본 라이브하우스 이야기 2) 노르마

일본 라이브하우스의 전체 숫자를 다룬 글에서 '노르마'를 언급한 바 있다.

거의 모든 라이브하우스가 채택하고 있는
'노르마'를 알지 못하면, 라이브하우스 시스템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라이브하우스, 클럽은 물론 일본 경제 전반에 있어 자주 사용되는 '노르마'라는 단어는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일 것이다.

(사진은 작년 11월 9일 시부야 O-Nest에서 열린 기획공연에 게스트 뮤지션으로 출연한 Cosa Nostra)

라이브하우스에서 노르마란, 출연하는 아티스트가 티켓의 일정량을 선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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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로 살펴본 노르마 시스템

토쿄도 무사시노시의 키치조지에 위치한 라이브하우스 WARP를 실례로 들어보겠다.

캐퍼시티 : 스탠딩 200

오디션

/  티켓금액 1,000, 노르마 15
데모테이프 필요. 오픈 12:00 스타트 12:30, 연주시간 20

통상부킹

평일   티켓금액 1,200엔 노르마 15
     티켓금액 1,500엔 노르마 15
오픈 18:00 스타트 18:30 연주시간 25. 노르마이후 50%Back, 31매 이후 100% Back

기획공연
평일                 티켓금액 1,200 85, 5밴드이내 출연
///휴일    티켓금액 1,500 85, 5밴드이내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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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이상일 경우, 노르마 가산, 기획공연의 경우 사전에 기획서 지참, 노르마이후 50%Back)

아티스트/밴드가 공연을 하려면(통상 부킹) 1,200엔짜리 티켓 15매를 미리 구매하여야한다.
평일에는 18,000엔 금요일은 22,500엔이 소요된다. 이 티켓은 밴드가 직접 팬들에게 판매하거나, 게스트를 초청하는데에 소용된다. (당신이 잡지기자, 미디어 관계자 또는 친구로서 일본 밴드에게 초청되어 게스트로 라이브하우스에 입장하였다면, 무료로 입장한 것이 아니고, 밴드가 당신의 입장료를 대신 지불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밴드가 티켓 15매를 모두 판매하게되면, 선구매한 금액을 회수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18,000엔을 지불하고 25분의 공연 시간을 구매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라이브하우스에서도 티켓을 판매한다. 노르마이후 50% Back이라는 의미는 라이브하우스가 티켓 판매를 할 때, 어떤 밴드를 보러 왔는지 관객에게 묻고, 해당 밴드와 티켓 판매 대금을 50%씩 나눈다는 의미이며, 총 판매 숫자가 31매를 넘어가면 그 이후 판매분은 100% 해당밴드에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스탠딩 200명인데, 통상 부킹의 경우 75매가 사전에 완매되고, 125매가 남는다. 밴드간의 인기와 지명도에 차이가 있겠지만, 모두 동일한 수준이라고 볼 때 평균 25매가 남는다.
공연이 만원(Sold Out)되면, 밴드는 노르마 15매를 모두 완매했다는 전제에서, 25매중 30매까지의 15매분의 50% 수익(9천엔), 이후 10매분 수익 100%(12,000)을 합산하면, 21,000엔의 수익을 거두게 된다. 18,000엔을 투자하고, 39,000엔의 매출, 21,000엔의 이익이 남게 되는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자신의 노르마를 소화하지 못하는 아티스트가 있는 반면에, 노르마를 충분히 소화하고, 매번 수익을 올리는 아티스트의 존재가 가능한 것이다.

노르마를 통해 라이브하우스가 얻는 효과

노르마는, 우선 라이브하우스가 최소한의 수익 확보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운영의 안정성을 얻게 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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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밴드의 공연에 관객이 단 한명도 오지 않아도 라이브하우스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신진 밴드의 경우, 라이브하우스는 안정을 꾀하고 아티스트만 리스크를 지기 때문에 불합리한 시스템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15명의 유료 관객도 집객할 수 없는 밴드의 경우이다. 만약 단 한 명의 유료관객도 사전에 집객할 수 없는 밴드의 경우는 평일에 18,000엔을 내고, 25분의 연주 시간동안 공연장을 대관한다는 의미로 활동할 수도 있겠다.

오디션, 통상 부킹, 기획공연

오디션은 해당 라이브하우스에 출연하기 위해서 치뤄야하는 순서이다. 어느 정도 유명하고 씬에 자리를 잡은 밴드들에게는 오디션이 필요없지만, 통상 부킹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단계이다.
이 오디션에서도 밴드는 노르마를 구입해야한다
오디션의 장벽이 낮은 라이브하우스도 있지만, 유명 라이브하우스의 경우에는 웬만한 밴드는 오디션에서 다 걸러질 정도로 문턱이 높다. 해마다 특정 라이브하우스에 오디션을 보고, 몇 년간 탈락하는 밴드들도 수두룩하다.

기획공연은 말그대로 라이브하우스에서 기획하는 통상부킹이 아닌, 외부에서 기획한 공연이다.
사전에 기획서는 물론, 라이브하우스 관계자와의 여러 차례의 미팅이 필요하다. 또한 외부 기획공연이나 대관의 경우 티켓 가격외에 음료수대(500-600엔 정도)를 추가로 관객이 지불해야하는 경우가 많다티켓 가격이 1,500엔이라면, 여기에 음료수대 500엔을 추가하여, 2,000엔을 지불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 미리 예매를 한 경우에도,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에 음료수 대금을 추가로 지불해야한다.
통상 부킹 공연에도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노르마로 밴드에게 판매하는 티켓 가격과 관객에게 고지되고 판매되는 티켓 가격이 다른 경우도 많다. 물론 후자 쪽이 더 비싸며, 이 경우 밴드는 티켓을 할인하여 구매한 것이 된다.

통상부킹은 기획을 라이브하우스의 부킹 매니저가 하기 때문에, 부킹매니저의 실력, 노하우, 성실성에 따라 공연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 레벨이 낮은 밴드 5팀을 함께 출연하는 것과 레벨이 낮은 밴드부터 높은 밴드까지 골고루 출연시키는 것은 집객은 물론 공연의 품질이 당연히 차이가 난다. 이외에도, 장르 안배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할 요소가 있다.

또한 해당 공연의 흥행에 라이브하우스가 얼마나 노력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노르마는 라이브하우스에 우선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마련해주기 때문에, 노르마를 판매하는데에 집중(아티스트 부킹)하고, 집객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라이브하우스도 적지 않다.
그런 라이브하우스의 경우는 노르마를 구입한 밴드로 부터 티켓을 구매한 관객에게 다시 음료수 대금 추가 요금을 요구한다. 전적으로 아티스트와 아티스트의 고정팬에 의존하는 것이다.
또한 그런 라이브하우스는 우선 노르마를 판매하여 안정된 수익을 마련하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출연하는 밴드의 수준도 대체로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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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마'가 아티스트에 미치는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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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마'는 아티스트가 최초의 부담을 먼저 갖게 되고, 직접 홍보와 팬관리를 하게끔 자극하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측면이 더욱 많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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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마'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밴드가 돈을 내고 공연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25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충실한 내용으로 채우기 위해 당연히 노력하게 된다.  2만엔에서 5만엔 가까운 돈을 지불하고 얻은 25-30분 정도의 시간에  다른 아티스트의 곡을 카피해서 연주하는 것처럼 한심한 일은 없다. 따라서 오리지널 곡에 대한 모티브도 생긴다.

자신의 음악, 공연을 찾는 팬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인드, 자세를 갖게 한다는 것도 유익한 효과이다. 밴드는 일찍부터 홍보는 물론, 팬 케어, 기획, 마케팅에 이르는 여러 가지 공부와 경험을 하게 되며,  이는 밴드가 성장해갈 수록 소중한 자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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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마'가 비싸다고 좋은 라이브하우스는 아니다.

앞서 예를 든 WARP의 경우 노르마가 매우 저렴한 편에 속한다.
노르마는 라이브하우스마다 각각 다르며, 25분 출연에 5-6만엔의 부담을 밴드가 먼저 져야되는 곳도 있다.  , 노르마가 비싸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라이브하우스는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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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마'는 일본 라이브하우스, 클럽을 이해하는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지만, 그것만으로 현상을 해석해서는 안된다.
비싸다고 좋은 것일 거라는 추측은 노르마 또는 대관비만을 라이브하우스의 수요/공급의 핵심으로 바라볼 때 가능하다.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수요가 많으면 비싸지고,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내려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노르마만을 라이브하우스와 아티스트간의 유일한 이슈로 볼 때에만 가능한 추론이다.

유명한 라이브하우스의 경우에는 뛰어난 아티스트들이 많이 출연하기 마련이며, 이 경우 집객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굳이 많은 액수의 노르마를 설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훌륭한 라이브하우스의 경우에는 아티스트와 함께 더욱 집객에 노력하고, 아티스트들의 성장, 팬의 확대에 몰두하기 때문에, 설령 노르마가 비싼 경우에도 출연하려는 아티스트들이 넘쳐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서 노르마/대관비의 많고 적음으로 라이브하우스나 출연 아티스트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앞서 1)번 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라이브하우스가 출연 아티스트를 실질적인 수요로 보고 자신들의 안정적인 운영에 급급하느냐, 뛰어난 아티스트를 탄생시키기 위해 조직과 시스템을 활용하며 최선을 다하느냐에 따라  라이브하우스의 위상, 영향력이 달라진다.
일본 음악씬의 살아있는 동력으로 지속적인 영향력을 가지는 라이브하우스들은 당연히 후자쪽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