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vivent, evenement

[후기] New Trolls Concerto Grosso In Japan 06년 4월 7일 카와사키

66년 데뷔한 40년 관록의 밴드 뉴트롤스의 공연을 보고 왔다.

오늘 오후의 프리뷰에서 언급한 내용 중, 평생에 다시 보지 못할 것 같은 공연이라는 말은 정정해야하겠다. 백발의 Vittorio De Scalzi는 매우 정정했고, 연주 실력과 목소리에서 나이를 느낄 수 없었다.
시종일관 웃으면서 공연을 진행한 그와 멤버들을 보면서, 슬픔이 배어나오는 곡들이 많은 그들이지만, 기본적으로 즐겁고 흥겨운 밴드라는 것이 첫 인상이었다.

작년의 Sonic Youth 공연에서도 그랬지만, 음반과 가사, 비디오로 받은 인상으로만 밴드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가지고 있다가, 실제로 그들의 공연을 보고 "심각한 건 우리 쪽이었군"하고 느끼게 되는 일이 종종있었다. 뉴트롤스도 그랬고, 여타 밴드들도 그랬는데, 실제의 인상이 더욱 좋았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겠다.

공연의 첫 곡은  놀랍게도, 'Nella Salla Vuota'였다.
그들의 가장 유명한 앨범 Concerto Grosso Per 1(71년)  LP 뒷 면을 가득 채운 스튜디오 즉흥 라이브 곡.
이어서 D'avanti oggli occhi miei, Annalisa등 초기 곡들이 이어졌다.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됐고, 1시간 공연 후 20분 휴식, 그리고 다시 1시간 공연과 앵콜이 있었다. 2부는 15명의 현악 오케스트라가 출연해서 Concerto Grosso Per 1과 Per 2 수록곡을 협연했는데, 오케스트라는 이탈리아에서 함께온 악단이 아니고, 일본인 연주자들이었다. Concerto Grosso 시리즈 수록곡 외에도 현악과 함께 협연한 곡이 몇 곡 더 있었는데, Maurizio Salvi의 지휘로 만족스러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뉴트롤스의 공연을 보면서, Nico의 빈 자리 때문인지, 그들의 음악에서 기타 연주가 차지하는 부분이 무척 크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에로스 라마조티, 안나 옥사, 주케로등 이탈리아의 1급 아티스트와 함께 활동했고, 1998년부터 뉴트롤스에 합류한 기타리스트 Andrea Maddalrone의 연주는 너무나 퓨전재즈풍이어서, 니코의 거친 연주에 길들여져 있던 내 귀에는 조금 불만스러웠는데, 동행했던 친구는 재즈팬이어서인지, 기타 연주를 특히 마음에 들어했다.

기타, 플륫, 키보드를 번갈아 연주한 Vittorio의 퍼포먼스는 명성 그대로 훌륭했지만, Alfio Vitanza의 드럼 연주가 더욱 매혹적으로 기억된다. Latte e Miele의 공연은 정녕 볼 수 없는 것일까...

1집부터 1980년작 15집 FS의 수록곡까지 골고루 선곡되었는데, Vittorio는 곡이 연주 되기 전이나 직후에 일일히 소개를 했고, 뉴트롤스는 여러 가지 영혼을 가졌다는 말로, 프로그레시브록과 재즈록, 팝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음악성과 성취에 대해 이야기했다.

관객들은 40대가 가장 많아 보였고, 30대와 5-60대의 연령층이 그 나머지를 차지했다.
20대 관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아마도 나와 동료가 가장 어린 축에 속했을 것 같다.

모두들 오래 전에 뉴트롤스를 들었을 그들은, 속절없이 Concerto Grosso per 3에 대한 기대를 10년 이상 가졌을 것이고, FS가 발매되자, 1970부터 72년까지의 그 빛나던 시대가 또 한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들떴을 것이고, 80년대 헤비메탈과 90년대 얼터너티브, 펑크 리바이벌, 힙합,테크노의 유행으로 유로 프로그레시브에 대한 기억이 퇴색해가고 평가 절하되는 모습을 지켜봤을 것이다.

참으려고 했지만, 공연을 보는 도중 네 차례, 눈물을 흘렸다.

공연의 막바지에 Una Miniera가 연주될 때, 자리에서 일어나 그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불렀는데, 뉴트롤스를 자주 들었던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도록 애를 썼다.  만약 그 기억의 끈을 의식이 잡아챘다면, 가슴이 터져버렸을지도, 울음이 터져나와 공연장 바닥에 주저 앉아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멋지게 늙은 Vittorio, 공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던 Vittorio.
그들의 모든 앨범을 구해 들으며 보냈던 그 많은 시간들은, 결코 아까운 것이 아니었다.
뉴트롤스를 아주 좋아했던 것은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