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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et scene de la vie

일본 대학생 아티스트 모임 파티 (법인 설립 기념, 미나미아오야마)

지금도 일본어가 서툴지만, 2004년 가을, 일본어를 전혀 모를 때, 불쑥 찾아간 모임이 있었다.
우연히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발견한 모임이었는데, 음악, 미술, 퍼포먼스, 사진, 영상, 문예, 연극, 평론을 하는 토쿄 지역의 대학생, 대학원생들의 파티였다.

그 모임의 대표를 찾아 서툰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 대화를 했는데, 의욕이 넘치고 영리한 친구여서 한 눈에 마음에 들었다. 그후 의기투합하여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았고 내 방에 놀러 온 적도 있다.
1달에 1번 있는 파티에 매번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종종 참석해서, 그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모임의 리더들과 친분을 가졌다.
쓰쿠바 대학 휴학생인 S군이 대표를 맡고 있고, 토쿄대, 게이오대를 비롯해서 예술 대학 재학생 친구들, 대학원생들이 주축이 된 모임이다. S군은 한 눈에 봐도 영리해보이고 잘 생긴 외모에 친화력이 발군인 현재 25살의 남자이다.

1달에 한 번 정기 파티를 열더니, 매달 웹진과 프리매거진을 발행했고, 갤러리를 임대해 미술전, 사진전, 퍼포먼스를 열기도 했다. 그들은 학생이라는 신분을 활용하여 일반 잡지도 인터뷰하기 어려운 유명 아티스트들의 인터뷰를 땄고, 원시적인 레이블 형태의 음악 퍼블리싱 작업도 하고 있었다.

일본의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한다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리더인 S는 도저히 그 나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완성도 높은 기획(일반 대기업, 웬만한 전문가 수준을 초월하는)을 해내고 있어서 그와의 만남은 음악을 비롯한 예술 이야기로 늘 활기찼고 열의에 넘치곤 했다.
수준 높은 기획서를 보고 내심 충격을 받아서, 일본의 업계 관계자들에게 소개를 한 적이 있는데, 그들도 매우 놀라워했다.

모임은 일반 회원(거의 의미없는)과 아티스트 회원이 있는데, 아티스트로서 합류하기에는 문턱이 꽤 높아서, 모임의 퀄리티를 잘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대부분 자신감 넘치고 친절하고, 처음 인사를 나누자 마자, 곧장 마음을 터놓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다.
신기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 멤버들이 많은데, 역시나 배우, 모델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었고, 나중에 다른 모임, 행사를 통해서도 알게 된 사실인데, 젊은 아티스트들 모임에 여성 모델, 배우들이 참여하는 일이 드문 일이 아니다. 그녀들 역시 아티스트로 사진을 찍던가, 퍼포먼스를 하던가, 글을 쓴다거나 한다.

그들과 한국의 유사한 모임이 있으면 연결을 시켜주고 한일간의 교류를 활성해 볼까 했지만, 비슷한 형태의 한국의 모임을 찾을 수 없었다.

얼마전에는 시부야의 라이브 하우스/클럽 12개에서 동시에 개최하는 공연을 기획하는 친구(26살 남짓의 여성 기획자 H, 어린 나이인데도 몇년 전부터 10 팀 이상의 메이저 밴드를 인디즈로부터 발굴해낸 대단한 친구)를 알게 되었는데, 그녀는 S군을 최근에 알게 되어서, 내가 이미 그를 알고 있다고 하자 굉장히 놀라면서 반가워한 적이 있다.
작년보다 더 대규모로 치뤄질 올해의 행사 역시 당연히 음악 공연이 메인이지만, S의 모임이 미술과 영상으로 함께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내가 한국의 밴드/아티스트도 참여 가능하냐고 물어봤더니, 내가 추천하는 아티스트라면 OK란다.  

함께 재미있는 이벤트나 활동을 해보자고 늘 이야기했지만, 직장에 매여, 최근에는 메일 연락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런데, 2개월 전 주식회사로 법인을 만들더니, 오늘 주식회사 창업 기념 파티가 있었다.
아무리 바쁘고 피곤해도, 오늘 파티에 빠지는 것은 결례일 것 같아서 미나미아오야마에서 열리는 그들의 파티에 참석했다. 외국인은 나 하나였다.
20대 초중반의 선남선녀들이 가득 모인 오늘 파티는 갤러리. 댄스 클럽이 혼합된 파티 장소였고, 그동안 정기적으로 파티가 열렸던 곳보다는 더 넓고 화려했다. 바와 평행하게 길쭉한 홀이 있었고 홀의 양쪽에는 소파가 놓인 방과 테라스가 있었다.

그들 모두가 앞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 중 일부는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다. 아티스트들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기획력을 발휘하여 법인설립까지 해낸 그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전했다. 기업의 협찬이라던가, 학교측의 지원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오늘은 저녁에 갑자기 비가 많이 내렸고, 근처에서 사고가 나서 경찰들이 길을 통제하는 바람에 주차장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결국 행사장으로 부터 300미터 정도 떨어진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찾아갔더니, 행사장 건물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었다.
밤 11시까지 계속 될 파티였지만, 10시쯤에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S의 참모격인 M(피쉬만스 추종자)으로부터 곧 발매될 그의 밴드 CD를 건네 받아 나오는데, 들어갈 때 보다도 빗줄기가 더 굵어져 있었다.  

우산을 들고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왼쪽 은 프라다, 오른 쪽은 까르띠에 매장

miumiu

kate spade의 옆 건물

kate spade
16 A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