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오게 된 가장 큰 동기는, 친분이 있는 아티스트, 관계자들과 재미있는 일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음악에 대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개인적인 비전을 추구하는데에 있어, 한국보다는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보다 적합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는 개인으로, 개인사업자로 온 것이 아니라, 직장인으로 왔다.
어차피 회사에서의 업무도 음악 업무이고, 그들 아티스트, 관계자들과의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큰 시각으로 보면 실망할 것도 없고, 내가 원했던 상황에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시 말해 구체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상의 시각으로 보면 상당히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0시에 출근해서 19시에 퇴근.
출근 시간이 다소 늦은 것 같지만, 퇴근이 19시를 넘어가기 때문에, 회사를 나와 어딘가를 가게되면, 곧바로 9시, 10시가 되버린다. 또 토쿄는 늦은 시각에는 갈만한 곳도 별로 없다. 서점도 카페도 거의 문을 닫는다.
직장인으로서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가지고 퇴근 후 어딘가 다른 곳에 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가능하면 그렇게 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시간적으로 애매해져버리니 술과 고기가 있는 자리로 가게 되는 일이 많다. 그것도 나쁜 자리는 아니지만, 그런 것이 주가 된다면, 분명 소모적인 일이다.
라이브하우스를 가거나 공연장에 가면 즐거운 자극을 받게 마련이지만, 그 다음날 회사업무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혼자 다닐 때도 있지만, 회사의 동료들과 가끔 함께 가게되는데, 라이브하우스에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은 체력 때문에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있다.
라이브하우스는 보통 18시에 오픈하고, 18시 30분부터 공연을 시작하여 22시 전후에 끝나게 되는데, 이것은 보통 3-4시간을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꽤 익숙한 나도 가끔 피로를 느끼는데, 보통의 직장인들인 그들에게는 하루 업무를 마치고나서 3-4시간동안 서있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격렬한 공연의 경우, 가만히 서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쉽게 지친다.
따라서, 누군가와 함께 라이브하우스를 가면 거의 중간에 나오게 된다. 이럴 때마다 표현은 안하지만 매우 짜증이 난다.
1주일에 3-4회 공연을 보려고 했지만, 최근에는 1주일에 1회 정도로 줄어 들었다. 또한 처음부터 공연을 놓치지 않고 보기 위해서는 일찍 도착해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퇴근 시간보다 일찍 조퇴를 하게 된다.
이 보다 더욱 큰 문제는 관계자들과의 미팅이다.
메이저 음반사나 기획사의 경우, 업무 시간이 비슷하기 때문에, 낮 시간에 그 쪽 회사로 찾아가거나, 우리 회사로 초청하여 회의를 하면 된다. 그러나, 라이브하우스, 레이블 관계자들과의 만남은 그럴 수가 없다. 물론 간혹 아침 이른 시간이나, 오후에도 가능하긴 하지만, 보통 새벽 3시쯤에 만나게 된다.
그들이 한 창 일하는 시간, 그들의 업무 일과 시간은 늦은 밤이 아니라, 자정은 지나고, 새벽 해는 뜨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라이브하우스의 공연 타임에 관계자들을 만나서 차분히 대화한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단속적으로 짧은 대화, 안부 정도 나누는 것이 전부이고, 프로젝트나 업무와 관련된 대화는 충분한 시간과 집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새벽 2-4시 사이에 이루어진다.
10시 출근 19시 퇴근의 회사 업무를 하는 나로서는, 어느 시간이 되었건 그들과의 만남 자체는 언제나 좋았고 충실했지만, 만난 시간 자체에 이미 피로해 있고, 만남 이후의 새벽은 다음 날 출근에 대한 스트레스에 심하게 압박을 받게 된다.
라이브하우스 관계자들은, 차라리 낫다. 레이블 관계자나 기획자들은 그들이 인디즈 계열이라 하더라도 거의 10분 단위로 스케줄을 체크하고 있기 때문에, 만나서 미팅을 시작하는 시간은 물론, 미팅 시간 내내 압박감이 있다. 다른 경우라면 1-2시간 여유롭게 이야기하게 되는 주제를 그들과의 만남에서는 보통 5-15분내에 끝내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새벽 4시가 넘어서 그들과 헤어질 때, 나는 그날 일정이 끝나지만, 그들은 다음 약속이 여럿 남아 있는 상태다.
아티스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연이 있을 때 그들을 만나는 것이 가장 쉽지만, 공연 시각 전에는 공연 준비 때문에 그들이 매우 바쁘고, 공연이 끝나면, 라이브하우스 또는 팬과 인사를 하거나 정리를 해야되기 때문에, 그 경우에는 인사 정도를 나누는 것이 최선이고, 사실 그 이상 하기는 어렵다.
결국 그들과 제대로 대화를 하려면 따로 만나야 되는데, 그들 대부분이 학생이나 아르바이트 또는 직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일들이 모두 끝난 시간에야 만날 수 있게 된다. 나와 비슷한 시간에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나보다 늦게 일과가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과의 만남 역시 밤 10시 정도가 되는 일이 많다.
결국 아침 10시부터 19시까지가 공식적인 업무 시간이지만, 내가 하는 일의 중요한 업무, 미팅, 회의는 모두 그 이후 시간 보통 22시부터 04시 사이에 이루어진다.
이런 식이니, 나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그러한 미팅을 자주 안갖고 피하게 되고, 주말의 하루는 쓰러져 자느라 아무 것도 못한다.
어떤 자수 성가한 사람이 성공에 대해 쓴 글을 보니, 자신은 절대로 제조업은 하지 않겠다고 썼는데, 그 이유가, 다른 사업과는 달리 제조업은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의존하게 되기 때문에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정보, 시스템을 다루는 사업을 하면 했지, 사람을 상대하는 일, 사람이 일의 성패에 핵심이 되는 일은 위험하고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음악 관계 일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컨텐츠 자체가 사람으로부터 나오고, 모든 프로세스 단계마다 사람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당연히 만나왔던 사람들보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많은데, 첫 만남에서 향후 구체적인 결과까지 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친화력과 인상, 신뢰를 주어야한다.
따라서 '소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누군가의 '소개'를 통하면 자질구레한 절차를 모두 건너 뛰어, 굉장한 수준의 신뢰를 전제하고 대화가 시작된다. '소개'만으로 '결과'까지 나오게 되는 경우도 많다.
소개를 통해 좋은 사람들, 영향력있는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그 자체로 또 부담이 된다. 그들이 내게 해준 것처럼, 나 역시 '최선'을 다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뢰를 저버릴 행동을 안하는 수준이 아니라, 알게되어 행운이다라는 생각을 갖게할 정도의 메리트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 우선 몸이 지치고,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시간들에 대해 참을성이 없어진다. 아티스트, 크리에이터들과의 만남과 대비되는 평범한 직장인들과 보내는 시간은 지루하다거나, 재미없다는 수준이 아니라, 너무 숨막히고 살아있다는 실감이 안날 지경이다. (물론 직장 동료들의 잘못은 아니다)
업무 또한 그렇다. 한국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고, 일본에서 일본 음악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일본 음악씬의 문제들,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할 문제들은 물론이고 회사의 수익을 늘 염두에 두어야하고, 일본 음악씬에서 경쟁력을 갖는 서비스, 상품을 만들어 내야한다.
게다가, 나 자신 한국인이고 한국 아티스트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기 없기 때문에, 좋은 아티스트, 관계자들을 만나면, 염두에 둔 한국 아티스트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 아티스트와의 조인트, 협력에 대한 제안을 하고, 좋은 공연 기획자, 이벤트 행사에 대해 알게 되면, 한국 아티스트의 출연이 가능한지를 매번 확인한다. 장사가 되건 안되건 간에 한국에 소개하고 싶은 아티스트를 만날 때마다 그들의 한국 공연을 기획 제작하고 싶은 욕망에 잠을 설친다.
어려운 사정, 라이프 스타일과 일과 시간이 달라 곤란한 점들을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고, 그것들이 아무리 타당하다고 해도 결국 핑계에 그칠 뿐이라는 것을 잘 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 못할 때, 그리고 그것을 즐기지 못할 때, 그런 멍청함을 하소연 할 곳은 사실 아무데도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훌륭한 아티스트와 관계자, 좋은 음악, 공연과 만나면, 아무리 피곤하고 많은 것들에 짜증과 실망을 느껴도, 의욕이 솟아 오른다는 것이다.
인생에 지독한 환멸을 느껴도, 아직 마주치지 않은 감동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안다. 이것은 인생에 대한 섯부른 기대를 가지고 하는 말이 아니고, 지금까지 살아 온 시간들로부터 증명되어 온 경험이기에 나로선 부인할 도리가 없는 진실이다.
그러나, 나는 개인으로, 개인사업자로 온 것이 아니라, 직장인으로 왔다.
어차피 회사에서의 업무도 음악 업무이고, 그들 아티스트, 관계자들과의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큰 시각으로 보면 실망할 것도 없고, 내가 원했던 상황에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시 말해 구체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상의 시각으로 보면 상당히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사진은 작년에 매튜 바니 전시회를 보러 갔던 카나자와 미술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0시에 출근해서 19시에 퇴근.
출근 시간이 다소 늦은 것 같지만, 퇴근이 19시를 넘어가기 때문에, 회사를 나와 어딘가를 가게되면, 곧바로 9시, 10시가 되버린다. 또 토쿄는 늦은 시각에는 갈만한 곳도 별로 없다. 서점도 카페도 거의 문을 닫는다.
직장인으로서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가지고 퇴근 후 어딘가 다른 곳에 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가능하면 그렇게 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시간적으로 애매해져버리니 술과 고기가 있는 자리로 가게 되는 일이 많다. 그것도 나쁜 자리는 아니지만, 그런 것이 주가 된다면, 분명 소모적인 일이다.
라이브하우스를 가거나 공연장에 가면 즐거운 자극을 받게 마련이지만, 그 다음날 회사업무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혼자 다닐 때도 있지만, 회사의 동료들과 가끔 함께 가게되는데, 라이브하우스에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은 체력 때문에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있다.
라이브하우스는 보통 18시에 오픈하고, 18시 30분부터 공연을 시작하여 22시 전후에 끝나게 되는데, 이것은 보통 3-4시간을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꽤 익숙한 나도 가끔 피로를 느끼는데, 보통의 직장인들인 그들에게는 하루 업무를 마치고나서 3-4시간동안 서있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격렬한 공연의 경우, 가만히 서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쉽게 지친다.
따라서, 누군가와 함께 라이브하우스를 가면 거의 중간에 나오게 된다. 이럴 때마다 표현은 안하지만 매우 짜증이 난다.
1주일에 3-4회 공연을 보려고 했지만, 최근에는 1주일에 1회 정도로 줄어 들었다. 또한 처음부터 공연을 놓치지 않고 보기 위해서는 일찍 도착해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퇴근 시간보다 일찍 조퇴를 하게 된다.
이 보다 더욱 큰 문제는 관계자들과의 미팅이다.
메이저 음반사나 기획사의 경우, 업무 시간이 비슷하기 때문에, 낮 시간에 그 쪽 회사로 찾아가거나, 우리 회사로 초청하여 회의를 하면 된다. 그러나, 라이브하우스, 레이블 관계자들과의 만남은 그럴 수가 없다. 물론 간혹 아침 이른 시간이나, 오후에도 가능하긴 하지만, 보통 새벽 3시쯤에 만나게 된다.
그들이 한 창 일하는 시간, 그들의 업무 일과 시간은 늦은 밤이 아니라, 자정은 지나고, 새벽 해는 뜨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라이브하우스의 공연 타임에 관계자들을 만나서 차분히 대화한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단속적으로 짧은 대화, 안부 정도 나누는 것이 전부이고, 프로젝트나 업무와 관련된 대화는 충분한 시간과 집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새벽 2-4시 사이에 이루어진다.
10시 출근 19시 퇴근의 회사 업무를 하는 나로서는, 어느 시간이 되었건 그들과의 만남 자체는 언제나 좋았고 충실했지만, 만난 시간 자체에 이미 피로해 있고, 만남 이후의 새벽은 다음 날 출근에 대한 스트레스에 심하게 압박을 받게 된다.
라이브하우스 관계자들은, 차라리 낫다. 레이블 관계자나 기획자들은 그들이 인디즈 계열이라 하더라도 거의 10분 단위로 스케줄을 체크하고 있기 때문에, 만나서 미팅을 시작하는 시간은 물론, 미팅 시간 내내 압박감이 있다. 다른 경우라면 1-2시간 여유롭게 이야기하게 되는 주제를 그들과의 만남에서는 보통 5-15분내에 끝내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새벽 4시가 넘어서 그들과 헤어질 때, 나는 그날 일정이 끝나지만, 그들은 다음 약속이 여럿 남아 있는 상태다.
아티스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연이 있을 때 그들을 만나는 것이 가장 쉽지만, 공연 시각 전에는 공연 준비 때문에 그들이 매우 바쁘고, 공연이 끝나면, 라이브하우스 또는 팬과 인사를 하거나 정리를 해야되기 때문에, 그 경우에는 인사 정도를 나누는 것이 최선이고, 사실 그 이상 하기는 어렵다.
결국 그들과 제대로 대화를 하려면 따로 만나야 되는데, 그들 대부분이 학생이나 아르바이트 또는 직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일들이 모두 끝난 시간에야 만날 수 있게 된다. 나와 비슷한 시간에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나보다 늦게 일과가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과의 만남 역시 밤 10시 정도가 되는 일이 많다.
결국 아침 10시부터 19시까지가 공식적인 업무 시간이지만, 내가 하는 일의 중요한 업무, 미팅, 회의는 모두 그 이후 시간 보통 22시부터 04시 사이에 이루어진다.
이런 식이니, 나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그러한 미팅을 자주 안갖고 피하게 되고, 주말의 하루는 쓰러져 자느라 아무 것도 못한다.
어떤 자수 성가한 사람이 성공에 대해 쓴 글을 보니, 자신은 절대로 제조업은 하지 않겠다고 썼는데, 그 이유가, 다른 사업과는 달리 제조업은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의존하게 되기 때문에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정보, 시스템을 다루는 사업을 하면 했지, 사람을 상대하는 일, 사람이 일의 성패에 핵심이 되는 일은 위험하고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음악 관계 일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컨텐츠 자체가 사람으로부터 나오고, 모든 프로세스 단계마다 사람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당연히 만나왔던 사람들보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많은데, 첫 만남에서 향후 구체적인 결과까지 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친화력과 인상, 신뢰를 주어야한다.
따라서 '소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누군가의 '소개'를 통하면 자질구레한 절차를 모두 건너 뛰어, 굉장한 수준의 신뢰를 전제하고 대화가 시작된다. '소개'만으로 '결과'까지 나오게 되는 경우도 많다.
소개를 통해 좋은 사람들, 영향력있는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그 자체로 또 부담이 된다. 그들이 내게 해준 것처럼, 나 역시 '최선'을 다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뢰를 저버릴 행동을 안하는 수준이 아니라, 알게되어 행운이다라는 생각을 갖게할 정도의 메리트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 우선 몸이 지치고,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시간들에 대해 참을성이 없어진다. 아티스트, 크리에이터들과의 만남과 대비되는 평범한 직장인들과 보내는 시간은 지루하다거나, 재미없다는 수준이 아니라, 너무 숨막히고 살아있다는 실감이 안날 지경이다. (물론 직장 동료들의 잘못은 아니다)
업무 또한 그렇다. 한국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고, 일본에서 일본 음악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일본 음악씬의 문제들,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할 문제들은 물론이고 회사의 수익을 늘 염두에 두어야하고, 일본 음악씬에서 경쟁력을 갖는 서비스, 상품을 만들어 내야한다.
게다가, 나 자신 한국인이고 한국 아티스트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기 없기 때문에, 좋은 아티스트, 관계자들을 만나면, 염두에 둔 한국 아티스트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 아티스트와의 조인트, 협력에 대한 제안을 하고, 좋은 공연 기획자, 이벤트 행사에 대해 알게 되면, 한국 아티스트의 출연이 가능한지를 매번 확인한다. 장사가 되건 안되건 간에 한국에 소개하고 싶은 아티스트를 만날 때마다 그들의 한국 공연을 기획 제작하고 싶은 욕망에 잠을 설친다.
어려운 사정, 라이프 스타일과 일과 시간이 달라 곤란한 점들을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고, 그것들이 아무리 타당하다고 해도 결국 핑계에 그칠 뿐이라는 것을 잘 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 못할 때, 그리고 그것을 즐기지 못할 때, 그런 멍청함을 하소연 할 곳은 사실 아무데도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훌륭한 아티스트와 관계자, 좋은 음악, 공연과 만나면, 아무리 피곤하고 많은 것들에 짜증과 실망을 느껴도, 의욕이 솟아 오른다는 것이다.
인생에 지독한 환멸을 느껴도, 아직 마주치지 않은 감동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안다. 이것은 인생에 대한 섯부른 기대를 가지고 하는 말이 아니고, 지금까지 살아 온 시간들로부터 증명되어 온 경험이기에 나로선 부인할 도리가 없는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