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일 일요일, 섬머소닉 페스티발의 주관사 CREATIVEMAN이 주최한 SPRINGROOVE '06에 다녀왔다.
섬머소닉과 같은 도시형 페스티발을 봄에도 개최하자는 목적으로 올해 처음 만들어진 이 행사는 PunkSpring과 SprinGroove로 나뉘어 각각 1일씩 토쿄와 오사카에서 개최되었다.(섬머 소닉과 같은 형태 ; 토쿄의 경우, 1일 펑크, 2일 스프링그루브, 오사카는 1일 스프링그루브, 2일 펑크)
내가 선택한 스프링그루브는 힙합, 소울, 레게, R&B 아티스트만으로 라인업이 구성되었다.
매년 여름 섬머소닉 토쿄가 열리는 마쿠하리 메세에서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섬머소닉처럼 각 공연장이 따로 떨어져 있으면 이동이 불편하고 못보게 되는 아티스트들이 있지않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스프링그루브는 마운틴 스테이지와 오션 스테이지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었고, 한 쪽에서 공연을 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셋팅을 하는 순서여서, 겹치는 공연없이 짧은 이동으로 모든 공연의 참관이 가능했다.
Line Up
○ E.D.O
◎ Nate James
● GYM CLASS HEROES
● NITRO MICROPHONE UNDERGROUND
◎ Rhymster (Guest, FIREBALL)
○ PUSHIM
● Mighty Crown
◎ DAMIAN JR.GONG MARLEY (Guest, Zeebra)
◎ ERYKAH BADU
◎ PHARRELL
◎ Snoop Dogg (Guest, DAMIAN JR.GONG MARLEY ,ERYKAH BADU,PHARRELL)
◎ 처음부터 끝까지 참관
○ 50% 참관 또는 행사장 뒤편에서 오디오 위주로 참관
● 10%이하 참관 또는 식사, 휴식
페스티발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록페스티발에 힙합 대표로 출연해 온 것이 아쉬웠다는 Rhymster는 힙합과 레게가 중심이 된 페스티발 스프링그루브가 '내년에도!' 개최되기를 외쳤는데, 다른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행사가 진행될수록 관객 모두가 깊이 동감하게 되었다고 본다.
라인업을 보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겠지만, 페스티발의 하일라이트는 Damian Jr.Gong Marley, ERYKAH BADU, PHARRELL, Snoop Dogg으로 이어진 중후반부 였다.
Damian Jr.Gong Marley의 곡 중 가장 좋아하는 'Road To Zion'이 공연될 때, Zeebra가 말그대로 '튀어나와' 특유의 랩을 했는데, 멋진 연출이었다.
Antonella Ruggiero를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헤어스타일의 ERYKAH BADU는 우아함의 극치였으며, PHARRELL은 순식간에 장내를 압도하며 관중을 흥분으로 몰아갔다.
여기까지만 이 날의 라인업이었더라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높은 품질의 공연이었다.
그러나, 이들 굉장한 아티스트들은 Snoop Dogg의 오프닝에 불과했다.
수천 명의 열오른 긴장감이 굉장한 규모와 질감으로 온 몸에 느껴질 무렵, 무대 스텝처럼 썰렁하게 Snoop Dogg이 걸어나왔고,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인 그 순간 몇 명의 일본 여성 관객이 기절하여 들려나갔다.
Snoop Dogg의 카리스마는 관중을 완벽하게 압도했는데, 그 시각, 그 장소에 있던 그 어떤 사람도 무대에서 눈과 귀를 뗄 수 없었을 것이다.
'drop it like its hot'의 PHARRELL을 비롯하여 ERYKAH BADU와 Damian Jr.Gong Marley가 게스트로 Snoop Dogg과 함께 했다. 아마도 평생동안 잊지못할 기억으로 남을 그 순간의 감동은 직접 보지 못한 이들은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방금 전 자신의 공연에서 굉장한 퍼포먼스와 존재감을 과시했던 PHARRELL은 Snoop Dogg과 한 무대에 서있으니 평범한 애송이 같아 보여서 놀랐는데, 이어진 4명의 스타의 환상적인 잼에서 믿을 수 없는 가창력을 보인 ERYKAH의 목소리는 전율 그 자체였다.
나는 미처 의식하지 못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스스로에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뛰어난 일본인 아티스트의 공연을 비롯해서, 훌륭한 공연을 수십차례 봐왔지만, 현대의 대중음악은 백인들의 것이고, 백인들이 가장 잘 한다는 무의식적인 편견이 그것이다.
물론 흑인들의 재즈가 존재하고, 서구 대중음악 아니, 현대 대중음악에 끼친 흑인의 영향을 모를리 없지만, 높은 수준의 음악성과 공연은 힙합 보다는 모던록과 테크노, 즉 서구 백인들이 주도하는 음악에 있다고 착각해 왔던 것이다.
스프링그루브에 참가한 해외(비일본) 아티스트들은 디제잉외에 기타, 드럼, 베이스, 키보드를 직접 연주했는데, 그 레벨이 매우 높았고, 감동의 규모가 엄청나서 공연 내내 계속해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CD로만 듣고 비디오로만 봐왔던 힙합과 레게가 아니었다.
미처 몰랐던 유치한 편견으로부터 말끔히 벗어나고, 4월 2일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도의 즐거움으로 힙합과 레게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스프링그루브는 소중한 경험이 됐다.